종교, 신앙 코너

불교 명상에서 호흡과 지혜의 관계

kimhs71 0 535

명상의 목적이 심신의 안정이라고 흔히들 생각하는데, 그게 어떻게 지혜나 해탈로 연결되는지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하시는 분은 못 봤다. 번개 맞듯 어느날 갑자기 번쩍! 하고 뭔가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식의,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아무 상관 없는 신비주의만 난무할 뿐. 그래서 이 글에서는 명상의 의의와 원리에 대한 타니사로 스님 (혹은 태국 숲전통)의 설명을 요약하고자 한다. 

 

 

우선 상카라 (saṅkhāra. fabrication)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거친 단순화를 하자면 ‘모든 의식적 무의식적 행동과 그 결과로 만들어진 것들’이라 할 수 있으며, 세가지가 있다: bodily fabrication (호흡 등의 신체 작용), verbal fabrication (directed thought & evaluation. 사유라는 건물), mental fabrication (feeling, intention, attention, perception. 사유라는 건물을 짓는 낱낱의 벽돌). 우리의 무의식적 행동에도 실은 뭔가 이유나 목적이 숨어 있다는 얘기이며, 따라서 핵심은 intention (의도), perception (의도에 의해 조정된 인식방법. 想), attention (어떤 대상에 주의를 기울이는가의 문제)이 된다. 우리가 이번 생을 받은 것도, 이승에서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도, 또 윤회를 지속시키는 것도 결국 상카라이며, 상카라를 끊어야 윤회로부터의 영원한 탈출이 가능해진다. 

 

 

그러니 이 중요한 상카라를 철저히 해부해야 하는데, 세상 일들은 무수한 사람의 무수한 상카라가 얽혀서 일어나는지라 분석도 이해도 어렵다. 그러므로 인체 해부를 하기 전에 개구리 해부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모든 상황과 조건을 단순화시키고 해상도를 높여서 상카라를 연습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그래서 타니사로 스님은 명상을 "상카라의 workshop (작업실/실험실)"이라 부르신다. 그리고 나의 정서적 상태 뿐 아니라 호흡/몸에 대한 나의 인식 같은 정신적 상태도 호흡과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다시 말해 3종 상카라 간의 상호작용 관찰에 가장 용이한 場이 바로 호흡이기 때문에, 그래서 호흡명상 (SN 54:1, DN 22, MN 118)이 상카라의 숙달이라는 목적에 가장 적합한 기본 작업실/실험실이 되는 것이다. 

 

 

선정을 통해 상카라의 온갖 가능성을 실험하여 상카라를 마스터하고 나면, 

 

(a) 명상 할 때든 명상 안 할 때든 기본적으로 우리가 하는 모든 경험은 자신의 상카라의 결과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생각과 감정 포함 자기 자신에 대한 맹점 (blind spot)이 줄어들고,  

 

(b) 윤회계 안에서 얻을 수 있는 그 어떤 감각적 행복보다 더 큰 행복인 선정의 행복 덕분에 감각적 욕망을 버릴 수 있게 되며,

 

(c) 그러나 그런 선정의 행복조차 영원하지 않고 수고스런 상카라일 뿐임 역시 확인함으로써 선정의 행복과 수행의 노력 포함 모든 걸 내려놓고서 해탈할 수 있게 된다는 논리다 - 8정도의 8요소들 모두를 완성했다는 전제 하에. 

 

 

위 세 가지가 선정을 통해 개발되는 지혜인데, 엄밀히 말하자면 선정은 지혜 개발의 최적 조건일 뿐 지혜 자체는 아니다. 같은 교실에서 같은 선생님으로부터 똑같이 수학 수업을 들어도 누구는 미적분을 풀 수 있게 되고 누구는 못 풀고 그런 것처럼, 동일 수준의 선정에 든 모든 이들이 자동으로 동일 수준의 지혜를 얻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제1선정에서 이미 위의 (a)~(c)를 확인한 사람은 해탈하는 것이고, 제8선정을 제 방 드나들듯 쉬이 드나들고 신통력 만랩이어도 그런 선정으로부터 (a)~(c)에 대한 지혜를 얻지 못 하면 영원히 해탈 못 하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의 외도 수행자들이 높은 선정과 신통력을 갖추고도 해탈 못 했던 이유.) 바로 이것이, 지혜 최고인 사리풋타도 갖지 못 한 초능력을 의식 수준 낮은 데바닷따는 갖고 있었던 이유다. 그러므로 선정이나 신통력을 신비화하지도 말고 선정의 수준 자체를 지혜의 수준이라 착각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신통력은 오직! 8정도의 8요소들을 모두! 갖춘 사람만이 바르고 유의미하게 사용할 수 있다.)

 

 

(i) X를 인지할 뿐 아니라 X를 발생시키는 원인/조건도 이해, (ii) X를 소멸시키는 원인/조건도 이해, (iii) 내가 X에 끌리는 이유 이해, (iv) 궁극적으로 X가 가져올 고통 이해, (v) X가 가져올 고통이 X가 가져올 행복보다 크다는 `가치판단` (효용-비용의 계산/비교에 근거한)을 통해 먹이로서의 X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남. 이 5가지 모두를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X를 `있는 그대로 본다` or `꿰뚫어 안다`고 할 수 있으며 X를 `내려놓는` 일이라고 부처님은 설명하셨다 (AN 4:10, DN 1, MN 148, SN 22:57, SN 36:6). 어떤 단계의 선정이든 원하는 즉시 들어 원하는 만큼 지속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선정을 마스터해야만 실제로 모든 걸 내려놓고 해탈도 할 수 있는 것이지, 무조건 `내려놓자!` 노래만 부른다고 해서 진짜 내려놓아지는 게 아니므로 자기기만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암튼 이 모든 건 부처님이 가르치신 명상 방법을 충실히 따를 때에 그러하다는 얘기다. 다른 전통들에서 하는 다른 호흡법이나 명상법이 어떻게 지혜로 연결되는지, 그게 정확히 어떤 `지혜`인지는 그분들에게 물어 확인해야 한다. 또 불교의 호흡 명상에서 몸을 관찰하는 건 어디까지나 상카라의 훈련 차원에서일 뿐, 몸의 건강은 불교 수행의 목적이 아니라 부수적 효과일 뿐이라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제가 갖고 있는 초기불교 이해는 전적으로 타니사로 (Ṭhānissaro) 스님의 해설에 의지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타니사로 스님의 책 “Right Mindfulness”와 "Undaunted"를 읽으시기 바랍니다. 

https://facebook.com/keepsurfinglife/albums/1531663380539073

https://www.facebook.com/media/set/?vanity=keepsurfinglife&set=a.1823375528034522

 

 

 

`번역의 문제 3. Saṅkhāra (상카라)`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633543037017773

 

 

`부처님이 가르치신 호흡명상 해설`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198082140563857

 

 

`타니사로 스님의 법문 Using Perceptions`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2197306230641448

 

 

`선정, Perception, 상카라`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570658569972887

 

 

타니사로 스님 소개 =>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468140423558036

 

 

타니사로 스님의 초기경전 해설 공부그룹 (가입질문 모두에 답을 하셔야 가입처리됩니다.) => 

https://www.facebook.com/groups/1080297509701086

 

 

이건 제 글목록인데, 타니사로 스님의 초기불교를 공부하면서 중간중간 내용을 정리해 본 글들이 대부분입니다. 신뢰는 마시고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 https://www.facebook.com/keepsurfinglife/posts/106557498048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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